치매 어르신의 행동 문제들, 치료가 가능할까요?
본문
치매 어르신의 행동 문제들, 치료가 가능할까요?
성수정(강동섬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욕을 안 들으니까 살 것 같아요."
외래에서 치매 어르신 보호자분께 들은 말입니다. 보호자는 나름 열심히 돌보는데, 치매 어르신이 사소한 일에 화를 내고 욕하고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내 돌봄이 부족했나,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취급을 받아야 되나, 우울하고 답답하고 때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주위에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워 혼자 속앓이만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르신이, 외래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좋아져서 욕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살 것 같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왜 이전에는 치료를 받지 않았냐고 여쭤보니, 치매와 동반되는 문제인지도 몰랐고, 치료로 좋아진다고 생각도 못했다고 하십니다. 사실 이는 어느 한 분의 이야기가 아니라, 외래에서 치매 어르신 보호자분께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모든 치매 어르신이 욕이나 폭력적인 행동과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 더 넓은 범위의 문제행동을 들여다보면, 무의욕, 불안, 우울, 분노조절의 어려움, 배회 등 다양한 행동이나 정신적 문제 중 하나라도 동반되는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이러한 '치매에 동반되는 행동이나 정신적 문제'를 정신행동증상(BPS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라고 하는데, 치매 환자의 90%에서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정신행동증상은 치매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어르신과 보호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들어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정신행동증상이 아주 심한 경우에는 시설에서도 관리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상당수의 정신행동증상들은 치료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신행동증상들은 치매 어르신이 겪고 있는 불편감이나 신체적인 문제, 혹은 질병의 신호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병이 있어도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기운이 없이 늘어지는 변화가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폐렴이었다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원인을 찾아 해결하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전문적 조언을 받아 대응방법을 바꾸거나, 생활방식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도 개선되는 증상들도 있습니다. 공격적 행동, 폭언, 분노조절 문제, 환각, 망상 등은 약물 치료에 효과가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정신행동증상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지를 모르거나, 치료가 가능한지 몰라서 그저 놔두거나 참기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병원에 다니며 치매 약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 치료자, 돌보는 사람 모두, 정신행동증상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원인을 찾고,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는 체계적, 적극적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정신행동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많이 감소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