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치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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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치매입니다.
김혜령(한국노인간호학회 회장, 인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 삶의 끝은 죽음이 아니라 치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은 한발 한발 치매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고 있는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내용은 필자가 최근 치매관리자들을 교육하는 시간에 사용하는 첫 구절이다.
평균수명이 52세에 불과했던 1960년대에 환갑은 성대했고 장수는 축복이었으나, 60년간 무려 30년의 수명이 연장된 지금 장수는 축복인가 아니면 짐인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장수가 짐이 된다고 보는 데에는 장수자가 늘어날수록 치매 유병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치매인구는 65세 이상 인구의 약 10%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보여주는 우리나라는 치매인구 역시 빠르게 증가하여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의 16%정도가 치매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강한 삶과 편안한 죽음,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바람은 치매 앞에서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치매를 극복할 힘이 우리에겐 과연 있는 것일까?
며칠 전 한 학술대회에서 초청강연을 해 주신 K교수님은 100세를 몇 달 앞둔 고령이었다. K교수님은 단상에 앉아 1시간동안 강연을 하면서 단 1초도 딴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 만큼 집중할 수 있고 감동적인 강연을 필자는 평생 해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 강연에는 일반적인 강연자들이 공들여 준비하는 슬라이드, 동영상, 유인물은 전혀 없었다. K교수님의 모습과 그 분의 육성이 전부였다. 이 강연은 흥분하거나 강조하거나 설득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듣는 사람의 영혼을 적셔주는 샘물과도 같았다. 100년을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명강의였다. 100년을 살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치매가 우리 삶의 끝이 아닌 아름다운 삶, 그리고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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